농기계 임대 예산, 지방 이양 후 53억 싹둑

농기계 임대사업 예산 배분 변화 부작용…재정 열악한 시군일수록 감액 직격탄

백철현 기자
승인 2026.08.24 10:57수정 2026.08.2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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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계 임대사업소, 주산지 일관기계화, 노후농기계 대체를 포괄하는 농기계 임대사업의 예산 배분방식이 올해부터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2026 농림축산식품사업 시행지침서에 따르면 농기계 임대사업 예산은 국비기준 2025년 539억 원에서 2026년 486억 원으로 53억 원 줄었다. 예산 감소가 고르게 일어나지는 않았으며, 재정이 열악한 시군 지역일수록 감액 폭이 컸다. 자율에 맡긴 결과가 지역 간 격차로 돌아온 셈이다.

지방 이양이 부른 53억의 그늘
기존에는 농식품부가 개소 수와 대상 지자체를 직접 선정해 국비를 배정했다. 올해부터 바뀐 방식은 시·도에 총액을 배분한 뒤 시·군이 자율 편성하는 구조다. 국비 50%에 도비·시·군비 50%가 붙는 매칭 구조 자체는 유지된다. 달라진 것은 회계와 심의 절차다. 

농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백승권 주무관은 "농기계 임대사업이 농특회계에서 균특회계로 조정됐다"며 "농특회계일 때는 농식품부에서 차년도 사업의 예산 심의를 받았지만, 균특회계에서는 상한 내에서 각 지자체에 자율권을 주고 지자체가 제시하는 예산을 매칭해주는 형태로 편성 방식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지자체가 이 사업을 선택하지 않으면 배정된 국비 자체가 집행되지 않는 구조가 됐다. 예산을 따내는 책임이 지방으로 함께 넘어간 것이다.

자율권 얻었지만 재정 여력 한계…지역 간 격차 고착화 우려
위의 10개 시군은 평균 재정자립도(2026 당초예산 기준, %) 10% 미만인 지자체 중 25년도에 해당 예산이 편성된 곳을 선정했다. 농기계임대 운영에 관한 당초예산(본예산)을 분석한 결과, 1곳은 2026년 당초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았고, 3곳은 감액률이 60%를 웃돌았다. 모든 시군에 일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재정 여력이 사업 선택을 좌우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올해 농기계 임대사업 예산이 크게 삭감된 A지자체 담당자 “당초예산에는 올해 반영이 되지 않았지만, 향후 추경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수치는 당초예산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당초예산에서 빠졌더라도 연중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예산이 되살아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사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연초 사업계획 수립과 장비 발주가 반년가량 밀린다는 점에서 현장의 부담은 남는다.

물론 관련 예산에 대해 필요한 만큼 신청한 지자체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격차가 구조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농업기계학회 정선옥 회장(충남대 교수)은 "역량 있는 지자체는 모범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사업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나올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힘의 논리에 밀린 농기계 예산
배분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왔다는 것은, 농기계 예산이 지역 내 다른 사업들과 같은 테이블에서 경쟁하게 됐다는 뜻이다. 복지와 문화, 지역개발 사업 등과 한정된 재원을 두고 다투는 구조다.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서일환 상담소장은 "예산은 기존에 써오던 부서가 계속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신규 진입이 어렵다"며 "농업 분야는 지자체 관심사에 따라 배제되거나, 부서별 예산 경쟁이나 힘의 논리에 밀리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농업 예산 자체의 비중이 크지 않은 도농복합도시에서는 이 경쟁이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  천안시 농기계임대 예산은 2022년에 농기계 임대 사업 및 수리, 장비지원 등에 5억 5천만 원이 편성된 이례로 2026년까지 한 차례도 편성되지 않았다.

농기계 임대사업 예산과 인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천안시의회 류제국 의원은 "천안시는 도농복합도시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걸쳐 국비를 확보해 농기계 임대사업소를 도입하고 농기계팀을 신설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도 "현재 천안시 농업예산은 전체 예산의 4%에 그친다"고 말했다.

계약직 돌려막기에 고갈되는 임대사업소 현장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력이다. 용인특례시농업기술센터 강진석 전문경력관에 따르면, 용인특례시 농기계 담당 정규직 인력은 1명에 불과하다. 일부 지자체는 정규직 인력이 부족해 새로운 사업과 예산을 확보하기 불가능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진석 전문경력관은 "전국 농업기계 임대사업소 임대장비의 수요조사는 실시하나 장비가 늘어남에 따라 인력이 확보돼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실정이며, 전문경력관(과거 별정직)이 퇴직 후에는 채용 자체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후속으로 대부분 계약직을 채용하며, 공업직이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2~3년 후에는 다른 곳으로 인사발령을 받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력 구조의 불안정성은 특정 지역만의 사정이 아니다. 정선옥 회장은 "임대사업 담당 인력은 대부분 계약직이어서 신분이 불안정하고 조직 내 지위도 낮다"며 "업무량은 많은데 근무 환경은 열악해 현장 인력이 고갈되고 있다. 업무 만족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처우 문제를 넘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회장은 "스마트 농기계 보급과 농작업 안전처럼 새로 다뤄야 할 과제가 계속 늘고 있다"며 "기존 임대사업 업무와 묶어 스마트농기계팀이나 과를 신설하고, 지도직·정규직 등 역량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자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법제화 요구까지 나온다. 강진석 전문경력관은 "농업기계화 촉진법 지침 중 인력에 관한 부분을 법제화해야 한다"며 "정규직을 둬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임대사업소를 팀 단위로 운영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고령화·인력난 속 농기계 임대 중요성 고조…중앙정부 관심과 지자체 유인책 필요
고령화와 인력난 속에서 농기계 임대사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예산의 지방 이양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류제국 의원은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농기계 임대는 결국 대행 작업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가에 가장 필수적인 농기계 임대사업에 대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밭농업 기계화 관련 한 전문가는 "최근 정부가 지방정부로 사업을 다수 이양하는 기조이며 기본적인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중앙정부에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가 부족하다. 우수 모델 개발과 확대를 통해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이 마련되길 바란다. 지역 차원의 원활한 운영과 함께 국가 전체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차별화된 사업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 장치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선옥 회장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 선정 등 중앙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의 평가지표에 인력 및 조직 요건이 반영되어야 지자체가 움직일 것"이라며,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 고등학교나 인근 대학과 연계해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 한소자 사무관은 "‘마늘·양파 주산지 일관기계화 사업’은 2022년부터 지원을 시작해 사실상 모든 주산지가 지원을 받은 상태"라며 "기존 임대사업소 역시 전국 493개소로 어느 정도 확충돼 있어 지자체에서 추가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예산 배분 권한의 지방 이양이 감액의 원인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는 "이양 작업으로 인해 예산 확보가 어려워졌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백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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